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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개 마용

마용이와 오후의 산책길

by remawang 2023.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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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꾸 김마용

오늘도 무더운 33도... 아무래도 해가 질 때쯤 나가야 너도 살고 나도 살겠다. 꾸에에엑~ 그렇게 매섭게 안 쳐다봐도 알고 있다궁...내가 조금만 다른 일에 몰두해도 못 참고 그 이쁜 입으로 마구마구 헤집어 놓는데 어떻게 모른 척하겠니? 이제 형들 방학도 다 끝나가고 이렇게 또 여름이 지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 너무 덥다는... 아주 나갈 때마다 죽것옹~
내 옆에서 한숨을 푹푹 쉬는 너두 하루하루가 지겹고 재미없구 그렇지? 에미도 하루하루 지겹고 재미없구 그래. 그래도 몸은 움직여야 한다는 슬픈 사실... 밥 챙기구 청소하고 빨래하고 사람도 키워야 하고 너도 키워야 하고 가까운 내 미래를 위해 생산적인 활동도 해야 하고 나 너무 수동적이고 싶은데 환경이 그럴 수가 없네. ㅜㅜ 왜 이래... 나 신세한탄만 하고 있어. 이럴 땐 아무 생각 없이 운동이나 해야 해...

근데 너 요즘 털이 부쩍 빨리 자란다. 벌써 이렇게 덥수룩 해지면 어쩌냐.. 큭큭~ 맨날 바보 코스프레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똥개라고 놀렸는데 하네스만 꺼내면 득달같이 달려오고 너도 이제 눈치란게 생긴 거냐? 잔재주 익혀서 먹을 거 얻어먹는 건 관심 없고 밖에 나가서 막 뛰어다니고 싶긴 하나 보다. 하긴 집안에 하루종일 갇혀있지, 짖지도 못하게 하지, 둘째 형아는 물어뜯고 싶을 만큼 괴롭히지 견생도 피곤하겠다. 네 맘대로 할 수 있는 건 혼나도 한 번씩 이불에 쉬야하기 정도니...

사진에서 신남이 느껴진다. 다리가 보이지도 않네 ㅋㅋㅋ 에미가 따라가기가 힘들다. 온 동네 가로등 냄새는 다 맡고 가야지 속이 후련할 테니 어서 서두르자궁~오늘은 평소랑 다른 코스로 한 바퀴 돌아보자~ 우리 동에는 아파트 사이로 오래된 주택이 모여 있는 작은 동네가 있다. 세월이 묻은 담벼락에 지역 봉사자분들이 예쁘게 벽화를 그려주셨는데 집들은 오래됐지만 몇몇 집들은 기와도 새로 얹어 고즈넉하니 그 풍경이 정말 정겹다. 도심 안에 이런 완벽한 옛날 시골 할머니집 같은 풍경이 여기 말고 또 있을까 싶다.

심지어 우물도 있다. 먹는 물은 아니고 여러 용도로 사용하려고 파놓은 듯한데 요즘은 이 예쁜 집들이 점점 헐리고 새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 동네에서 산지 십여 년이 다 되어가는데 항상 내려다보기만 했던 이 기와집 마을이 이런 보물들을 숨기고 있는지 몰랐다. 아마도 이 동네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듯하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할 것이다. 오늘도 벚꽃이 예쁘게 그려진 담벼락을 가진  집이 다 헐리고 터만 남았다. 보고 있자니 그냥 마음이 씁쓸하다. 아 ! 이 작은 동네의 길 끝쪽엔 오래된 집 두 채가 벽 하나를 두고 붙어있는데 하나는 아예 폐가이고 옆집은 사람이 살고 있는 듯한데 폐가엔 개 한 마리가 방치(?}되어있다. 집주인이 돌본다고 하는데 쓰러져가는 집인 데다 풀이 무성한 마당에 묶여있고 담이 낮아서 오다가다 본 사람들이 신고도 몇 번 했다고 한다. 구호단체에서는 주인이 있는 데다 집안에 있는 개라서 길에 방치된 개가 아니면 돌볼 여력이 없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아무튼 지금은 개도 없고 정말 빈집이 됐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 개.

진짜 얘만 보면 마음이 아프다. 정말 볼 때마다 이러고 있다. 대문밖으로 코만 내밀고 있는데 얼마나 바깥이 그리우면 저러고 있는 건지 정말 안타까워 죽겠다. 인기척이 들리면 저렇게 나오는 게 아니라 저게 평상시 자세다. 저런 상태가 된 지 한 이년 된 것 같은데 처음에는 화장실 위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사람들 지나가면 짖고 그랬었다. 그런데 화장실 옥상 계단이 너무 낮아서 지나갈 때마다 개가 뛰어내려 덮칠 거 같은 불안함에 아마도 사람들의 민원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주인이 어떻게 보살피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산책하는 강아지들이 이곳을 정말 많이 지나가는데 저 좁은 바닥 틈으로 코를 빼죽 내밀고 있는 게 그저 안타깝다. 내 오지랖으로 끝나고 주인의 알뜰한 사랑이 분명히 있을 거라 믿고 싶다. 산책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씻겨 놓으니 쫓아다니며 물어댄다. 어서 간식을 바쳐야겠다. 사랑한다 마용국~ 간식 드시고 이빨 거두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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