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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봤니?

(1부)살인마 잭의 집(The House That Jack Built),2019년작-사이코패스의 정신세계

by remawang 2023.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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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잭의 집 스틸컷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논쟁의 중심에는 그가 있다.

-만들어내는 영화마다 논란을 몰고 오는 덴마크 출신의 영화감독이다. 그는 우울하고 염세적이며 어두운 세계를 표현하고 암울한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만든 영화들은 초기 작품을 제외하고는 지극히 선정적이고 아주 극단적이어서 남들에게 권해 줄 만한 영화는 아니다. 음침하고 우울해서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지라 그의 영화 자체를 기피하는 사람도 많고 지나친 언론 플레이나 돌출 행동으로 그를 대놓고 비난하거나 깎아내리는 평론가들도 있다. 그는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우울증도 오랫동안 앓아왔는데 그의 출생비화를 알고 나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의 어머니는 임종 직전에 그의 친부가 따로 있다고 밝혔으며 자식이 예술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이웃에 사는 독일계 예술가와 불륜을 저질렀다고 한다. 그의 친부는 라스 폰 트리에를 자식으로 인정하기는커녕 아주 불쾌해했다고 하는데 그 이후로 그도  친부를 만나지 않았고 종교를 개종함으로써 그를 키워 준 아버지 하고도 의절했다고 한다. 그는 태생적으로 유대인에서 독일의 하르트르가문의 피가 흐르는 나치(본인이 한 말임)가 되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영화 '멜랑꼴리아' 기자회견에서 나치 옹호발언으로 칸의 페르소나 논 그라티(외교상 기피인물) 가 된다. 나치 옹호발언은 그야말로 블랙조크였지만 그것을 확대해석 한 것에 비판이 일기도 했고 여러 감독들의 정치적 옹호나 성향에 관대했던 칸이 그에게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대지 않았냐는 얘기도 있다.
 

영화의 문제적 연출 논란 

-영화의 스토리 자체가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살인을 저지른 이야기지만 살해대상에 어린이가 포함되면서 영화 상영 후 엄청난 후폭풍에 휩싸였다. 비윤리적인 영화 전개와 극단적인 연출이 스토리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에도 자극적인 보여주기식 연출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그런 장면을 굳이 넣어야 했냐는 것에 찬반 논란은 여전히 있지만 아역배우들에게 대본을 읽게 하고 연기를 하게 한 것이 정서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영화 자체는 감독 본인의 예술관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리얼리즘과 전혀 상관없는 영화인데도 살인마의 내면적 심리와 행태를 잘 표현한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온갖 철학적 이론과 종교적인 은유, 독재자들의 이야기까지 끌어 쓰며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예술이라 말하는 살인마 잭의 궤변에 휘둘리지 않고 그에게 동조하거나 행위를 이해시키려는 연출은 하지 않았다. 영화는 후반부에 단테의 신곡을 오마쥬 하는데 잭이 입은 붉은 망토는 신곡의 화자인 단테와 매우 비슷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영화의 줄거리

-조용히 물살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두 남자의 대화소리가 흘러나오고 남자는 노인에게 자신의 얘기를 해도 되냐고 묻는다. 노인은 흔쾌히 지금까지의 일을 허심탄회하게 말해보라고 한다. 다만 본인의 이야기가 특별할 거란 착각은 하지 말라고 하자 그는 자신이 12년동안 벌인 살인사건 중에 무작위로 다섯 가지만 얘기하겠다고 한다.

 
1. 첫번째 사건
빨간 밴을 몰고 눈길 위를 달리던 잭은 길 한가운데서 차를 막아서는 여자 때문에 어쩔수 없이 멈춘다. 여자는 갓길에 있는 자신의 차를 가리키며 잭(타이어를 갈 때 차를 들어 올리는 기구)이 있냐고 물어본다. 잭이 없던 그는 그녀의 고장 난 잭을 고치기 위해 내키지 않지만 그녀를 태우고 철공소로 간다. 그런데 그녀는 가는 내내 잭의 신경을 긁어대는 말을 해대고, 잭은 애써 무시하지만 그녀의 일방적인 태도와 폭언에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그녀의 모든 부탁을 들어줬건만 그를 향한 그녀의 막말을 더 이상 참지 못한 잭은 그녀의 얼굴을 고장 난 잭으로 후려쳐버린다. 그는 피투성이로 깨진 그녀의 얼굴에서 언뜻 예술가의 명화를 떠올리며 만족해한다. 잭의 얘기를 듣던 노인이 그런 살인은 셀 수 없이 많이 들었다고 하자 잭은 예술가와 건축물의 양식을 들먹이며 자신의 살인을 그들의 예술행위와 동일시하려 한다. 그는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 자신만의 집을 설계해 짓고 있었고 누구의 방해도 없이 모든 일을 혼자서 진행했다며 자신은 기술공이지만 건축가라고 얘기한다. 그는 어릴때 부터 청결에 강박증이 있어 방이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나갈수가 없었고 그 때문에 냉동고에서 일할때도 힘들었다고 말하는데 노인이 냉동고에 대해 묻자 전 주인에게 냉동고를 사들일때 자신이 밑지는 거래여서 많은 냉동피자를 얻었다는 얘기를 한다. 노인은 망할 신경증에 강박증 환자, 거기에 위대함을 꿈꾸는 한심한 망상까지 한다며 잭을 꼬집지만 그는 덤덤하게 자신의 냉동고에 여자의 시체를 넣어두고 잠금장치를 새로 만든 얘기를 한다.

 
2. 두번째 사건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자의 뒤를 쫓던 잭은 그녀가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차를 세운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그녀의 집으로 들어선 잭은 망설임 없이 초인종을 누른다. 경찰이라고 하면 당연히 자신을 집안으로 들여보낼 거라 생각했던 잭은 어수룩한 행동으로 여자의 의심을 사고 도리어 여자의 질문에 횡설수설하며 겨우 대화를 이어간다. 심지어 차를 타고 지나가는 그녀의 이웃에게 마저 그녀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이고 만 그는 여자의 등 뒤로 보이는 남자의 사진에 검은 리본이 둘러진 것을 보고 죽은 남편의 유족연금에 대해 얘기한다. 그의 생각대로 여자는 돈 얘기에 관심을 보이고 그를 집안으로 들이는데 그는 집 밖에 자신을 세워두고 치욕적인 경험을 하게 한 그녀를 향해 분노를 쏟아낸다. 그녀는 서투른 그의 솜씨 때문에 단번에 죽지 못하고 몇번이나 목이 졸려 고통스럽게 죽는다. 그는 사진을 찍기위해 그녀의 몸에 갖은 연출을 하고 창가에 자리한 소파에 앉힌 뒤 창밖으로 달이 보이게 사진을 찍으며 또 한 번 위대한 예술을 탄생시킨 것에 만족한다. 그는 시체를 방수포에 감싸 밴에 실어놓고 범죄현장인 거실을 주방에 있는 세제로 말끔히 닦아놓는다. 그러나 그의 강박증은 깨끗하게 닦은 거실을 밤새 들락날락하며 청소하게 만든다. 결국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고 그때까지도 깨끗한 바닥을 열심히 닦고 있던 그는 밴에 실어놓았던 그녀의 시체를 어두운 곳으로 던져놓는다. 경찰이 와서 여러 가지를 묻고 밴을 뒤져보지만 아무 이상이 없자 그를 돌려보내는데 그는 가지 않고 자꾸 경찰 앞에서 얼쩡거린다. 밖에 있으라는 경찰에 말에도 거실까지 따라 들어와 그녀가 실종됐다는 둥, 다툼소리를 들었다는 둥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종국엔 범죄현장인 거실을 샅샅이 조사해야 할 거란 소리까지 한다. 경찰이 그에게 나갈 것을 명령하자 헌법권리까지 운운하며 헛소리를 지껄이던 그는 쫓기듯 나와 그녀의 시체를 밧줄에 연결한 뒤 밴에 걸고는 서둘러 동네를 빠져나간다. 그가 가는 길 위로 그녀의 시체가 핏자국을 길게 남기고 그것은 냉동창고까지 이어진다. 핏자국을 발견한 그가 멍하게 하늘을 쳐다보자 갑자기 억수 같은 비가 내려와 그녀의 흔적을 깨끗이 지워버린다. 잭은 노인에게 살인은 일종의 해방감을 주며 절대자의 보호를 받고 있는듯한 기분이었다고 말하고 노인은 현실 속의 잭은 뒤틀린 사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사이코패스인지 알고 있으며 군중속에 섞이기 위해 감정을 가장하려 갖은 애를 썼다고 얘기한다. 연습한 감정으로 사람을 만나는 일에 자연스러워진 그는 느긋하게 목을 조르는 법을 터득했으며 수많은 살인의 경험이 강박증을 이겨내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찍은 사진이 맘에 들지 않아 새로운 사진을 찍기위해 냉동고에서 시체를 꺼내 다시 살인현장으로 가는 대범한 짓도 벌인다. 그러다 불도 없는 캄캄한 도로를 지나가던 잭은 작은 조명을 들고 갓길로 걸어가는 여자를 발견하지만 금세 지나쳐버리고 끓어오르는 살인본능에 여자를 그냥 지나친 자신에게 분노한다. 재빨리 차를 돌려 여자에게 간 잭은 망설임 없이 차로 밀어버린다. 꽁꽁 언 시체와 피투성이의 시체를 차에 싣고 가는 잭에게 노인은 여자를 차로 친 그의 심리를 묻는다. 그는 시인 블레이크의 '양과 범'이라는 시를 인용하여 피와 살생이 삶인 범이 양을 죽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며 예술가의 본능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한다. 노인은 스스로를 예술가라 칭하는 그에게 어떠한 양도 자진해서 죽진 않는다고 하자 잭은 그들이 목숨을 잃는 대신 예술 속에서 영생할 영광을 부여받게 되는거라고 얘기한다. 그는 새로 찍은 사진이 무척 마음에 들어 사진 위에 '교양살인마'라고 적는다. 심지어 그는 실종기사를 많이 다루는 지역 신문사에 사진을 보내며 그들이 어떤 기사를 써줄지 내심 기대한다. 그는 참회하지 않느냐는 노인의 말에 가로등의 그림자 얘기를 하며 고통이 진해질수록 쾌감이 줄어들고 끔찍한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그 다음 살인을 서두르게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인은 특별한 인간이 되고 싶은 욕구는 이해하지만 그의 모든 행동은 온갖 중독에 해당된다며 그것은 알코올 중독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살인마 잭의 집(1부)은 여기까지 입니다. 러닝타임도 길지만 중간중간 노인과 잭의 대화가 길어져 양이 너무 방대해졌네요. 둘의 대화도 중요한 내용들이기에 추려서 쓴다고 썼지만 어림없네요. 살인마 잭의 집(2부)에서 다시 이어가겠습니다.
 
 

유튜브 트레일러 영상
https://youtu.be/c6DuLPGZIoQ

 
영화 '살인마 잭의 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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